마이 베스트 화이브 오브 기괴 └병신같지만 왠지 위대해

● [만화] 플라토닉 체인 1~5
원작 와타나베 코지 / 작화 토노 야마
키워드 : [도시전설][모험][SF][미스터리][비인간성][타나토스][거대감시사회][여고생][핸드폰]

와타나베 코지의 쇼트-쇼트 시리즈 <플라토닉 체인>에서 파생되어 나온 작품. 동명의 애니메이션이 있다. 모두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지만 캐릭터 설정 등의 세부가 미묘하게 다르다.
<네트워크의 여신>이라 불리는 천재 해커 “플라토닉 체인”의 정보망을 빌려서, 세 명의 여고생들이 불가사의한 “도시 괴담” 현상을 해결해 간다는 것이 이야기의 주 포맷이지만, 고도정보화/감시체제가 일상화된 도시의 풍경과, 변화한 ‘인간’의 사고방식 및 감성을 그리는 SF적인 요소도 들어있다. 특히 거리 곳곳에 설치된 감시도구인 카메라와, 휴대형 컴퓨터로서 활용되는 핸드폰은 <플라토닉 체인>의 세계의 성립 그 자체의 전제가 되는 필수불가결한 장치이다.
특히 1권의 에피소드 <암살진행중> (참고 리뷰) 은 ‘대중에 의한 한 개인의 공개처형’이라는 사뭇 극단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작중 과학기술은 단지 인간의 비인간화만을 뒷받침하는 것은 아니며, 사랑과 관계의 회복을 테마로 삼는 에피소드도 등장한다(제 2화~3화).
<플라토닉 체인>월드의 진짜 테마는 ‘생과 사의 문제’ 라고 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현실적/육체적/실체적인 삶과, 전뇌 세계의 가상적/관념적/시뮬라크르적인 삶, 이 두 가지 사는 태도의 대립이 시리즈의 메타플롯을 형성하고 있다. 만화판은 중반부부터 주인공인 나루미, 리카, 카야노 3인방 소녀의 ‘적’으로서 ‘자살지원자들’이 출현하는데, 이들은 자신의 것 뿐 아니라 타인의 목숨을 해치는 데도 서슴없으며, 삶과 죽음 자체를 경시하고 있다.
그들이 그런 태도를 가진 원인이자 모든 ‘도시전설’ 현상의 원흉은 시마 레이카라는 인터넷 아이돌로, 이미 죽은 사람이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무엇보다도 갈구했던 레이카는 인터넷 방송으로 생중계하는 와중에 끔찍하고 고통스런 방법으로 자살한다. 그녀에게 심취했던 팬들은 후일 기술력의 힘으로 그녀의 ‘망령’을 세계에 되살려내며, 망령의 명령에 의해 괴기 사건을 일으켰던 것이다.
- 처음 접했을 때 엄청나게 흥분해서 빠져들었던 작품. 무엇보다도 ‘듣도 보도 못한’ 기발한 전개가 신선했다. 도시전설이라는 소재가 주는 기이함도 매력적인데, 그것을 ‘해결’하는 방식이야말로 기이하다.
- 주인공 편이나 적들 가리지 않고 이야기에서 그려지는 ‘인간상’의 차가움에 매료되었다. 이 작품의 인물들은 ‘기술로 인해 변화된’ 한마디로 신인류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한 타입의 인물들을 지극히 ‘일상적’으로 (시부야를 누비는 ‘평범한’ 여고생들이 주인공이니만큼) 그려낸다는, 감각의 낙차가 아주 좋았다.
- 번역되어 나온 소설판도 상당한 초전개를 보인다. 상쾌하다.

● [만화]데스노트
스토리 오바 츠구미 / 작화 오바타 타케시
키워드 : [사신][중이병][전략][게임플롯][비인간성][초월자][노트][초절탐정][미스터리][스릴러]

한 권의 노트로 사회 전체를 쥐락펴락한다는, “극비문서”나 “살생부”에 대한 망상과 비슷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하는 작품이다.
캐릭터 모에적인 면도 훌륭해서 한때 2차창작계를 휩쓴 작품이지만, 나 자신은 모에적인 관심은 거의 없었다. <플라토닉 체인>과 마찬가지로, 데스노트 월드에서 묘사되는 비인간적이고 차가운 인간상에 강한 흥미를 가졌다. 어쩌면 나에게 있어서 ‘傳奇’성이란 이런 ‘비인간성’ (일상인답지 않음, 초월자적임) 인지도 모른다.
인간의 비인간화를 그리는 데는 ‘게임’ 서사만큼 적당한 형식은 없을 것이다. 이 작품은 우수한 퀄리티의 게임서사물이면서, 게임서사물의 틀을 교묘하게 빗겨가는 특징이 있다(카이타니 시노부나 마사토끼의 만화, 도바시 신지로의 <문의 바깥>과 비교해 보면 이 작품이 좀 더 ‘인간관계’와 ‘캐릭터’에 치우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도 ‘게임’을 전개하는 방식은 집요하리만치 치밀하다).
‘데스노트’라는 룰과 주인공 라이토의 목적을 전제로 여러 가지 관계와 상황들이 파생되어 가는 형식으로 진행되어 간다. 라이토의 목적 (“범죄자들을 죽이고, 방해자들도 제거하고 신세계의 신이 된다!”) 의 무식할 정도로 간명함은 상당히 충격적인데, 노트의 룰 자체도 아주 복잡하지는 않다(그러나 간결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의 묘미는 룰의 기발한 응용방법, 문제의 난이도와 해결의 퀄리티에 있으며, 막대한 텍스트량으로 주어지는 인물 ‘내면’의 추리 과정이 특히 인상적이다. ‘만일 ~라면 …이다’가 되풀이되는 IF연산이 백미.
- 역시 초흥분 상태에서 빨려들어 읽었지만, 6권 이후부터는 탄력을 잃어버렸다.
- ‘비인간적 인물’이 주는 해방감을 처음으로 인지한 계기가 되었다. 일설에 의하면 라이토 같은 ‘나쁜 주인공’의 유행을 , ‘일상적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일탈하고 싶은 욕구의 대리충족’이라고 한다. 나 자신은 단지 ‘나쁜 인물’이 아니라 ‘인간적이지 않은 인물’로 파악하여, 자신의 자아, 환경 뿐 아니라 ‘인간성’이라고 불리는 것 자체에 탈피하려는 욕구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플라토닉 체인>의 무게축인 ‘타나토스’ 원망과도 일통하는 반동적인 심리다. 타나토스적인 욕망은 ‘전기’물이 흡입할 수 있는 집단무의식으로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한편 ‘비인간성’은 ‘초월성’ 로망으로 통하며, 더 높은 단계, 나은 세계로 향하려는 긍정적인 벡터 또한 포함하고 있다. 자신의 현재, 일상성에 대해 회의하고 미래를 사고하는 이지적인 동기 또한 중요하다.
- 물론 ‘중이병’의 세련된 양식화라는 점도 중요. 현재 ‘비인간적’ ‘초월자’들의 조형들은 유치하고 단순한 어린애로 퇴행하는 경향이 보인다.


● [만화] 죠죠의 기묘한 모험
아라키 히로히코
키워드 : [흡혈귀][모험][인간찬가][미스터리][용기][스탠드][이능배]

타입문넷이 죠죠넷이던 시절 정신없이 읽었던 작품. 부도덕씨의 추천을 받아 접했다.
괴이한 그림체와 마이페이스 전개 때문에 어딘가 김성모 화백 작품을 연상케 하는 면이 있지만, 천재적인 발상과 미스터리 구조, 인물의 개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시리즈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6부, 그 다음이 4부와 5부.
6부는 스탠드 능력이 너무 난해하다는 평가를 듣는 듯하나, 내 감각으로는 그 정도의 난해함이 좋았다. 쾌적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복잡함이 주는 자극이야말로 값지다.
주인공 죠린의 성장과 안나수이의 순정(?), 푸치 신부의 말도 안 되는 야망, 이미 죽은 인물이지만 여전히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디오의 존재감. 그리고 엠포리오의 승리. 배틀 이외에도 두근두근 요소들이 만재하지만, 그걸 ‘배틀’의 이야기에서 소화해내는 것이 놀랍다. 이 부분은 요즘 니시오 이신의 작품 <신본격 마법소녀 리스카>에서도 느끼는 감상이다.
그야말로 ‘내 마음대로 저지르고 있다’는 느낌으로, 좋아하는 배틀 장면에 사력을 다하면서 배틀물이 놓치기 쉬운 테마, 드라마적인 부분까지 완벽하게 녹여내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런 식의 ‘내멋대로 전개’는 아주 좋아하고, 앞으로도 보고 싶다. (최근 <정의소녀환상>이 비슷한 느낌의 ‘내멋대로 전개’를 시도했지만, 지나친 평면화/도식화/기호화가 약점이었으며, 작자의 에고가 전면에 드러나는 탓에 독자들과의 소통이 어려웠다.)
한편 앞서 언급한 작품들과는 ‘비인간성’ 항목에서 차이가 난다. 죠죠 또한 ‘스탠드사’라는 초월자들의 이야기이므로 그런 의미에서 비인간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탠드를 이용한 싸움의 양상 또한 비인간적이다(기묘하다). 그러나 전체를 일관하는 테마는 ‘인간 용기의 찬가’이며, 주로 ‘인간이기를 포기한’ ‘인간성을 버린’ 인물들이 악역으로 나타난다. 주인공들은 ‘인간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용사들이라고 볼 수 있다.
- 4부는 키라 요시카게가 너무 좋다. 이상형에 가까운 남자다.
- 디오는 6부에서의 모습이 가장 좋았다. 의외로 외로움을 많이 탈 것 같은 인물이다.
- ‘죠죠’는 죠린과 죠르바나 중 우열을 가릴 수 없다. 죠타로는 너무 스트레이트해서 아쉽고 죠스케는 평범하다.


● [소설] 헛소리 시리즈
● <잘린머리 사이클> <목조르는 로맨티스트>
니시오 이신
키워드 : [말장난][미스터리][뒷세계][분열적][구조주의][명명법][언령][비인간성][살인귀][초절탐정][천재][초월자]

이 작품은 ‘인간’이 ‘언어’로 치환된 독특한 세계를 갖고 있다. 본디 미스터리 소설은 ‘인간의 기호화’와 ‘기호적 죽음’을 다루는데, 그 메커니즘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려 일선을 넘어버린 작풍이라고 평할 수 있다. 이것은 ‘인간의 비인간화’의 한 극치를 보여준다.
일전에 니시오 이신의 문체에 대해 썼던 포스트를 인용하자면,
니시오 본인도 언급했듯 "이야기는 곧 캐릭터" 이며, "캐릭터를 먼저 만들면 내용은 저절로 따라온다" 는 식으로 <캐릭터 소설>의 첨병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과연 그럴까.
니시오에게 있어서 <캐릭터>란 무엇일까? 그것은 모더니즘 소설론에서의 <인간(상)> 도 아니고, 캐릭터 소설론에서의 <기호의 집합>과도 좀 동떨어진 것처럼 생각된다.
니시오의 <캐릭터>는 한마디로 <말(언어)>이 아닐까. 파우스트의 인터뷰를 인용하면,
류스이 : 구체적으로 니시오 씨는 어떻게 캐릭터를 만드십니까?
니시오 : 우선 뭔가 키워드를 하나 설정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캐릭터를 부풀려 나갑니다. (중략) 예를 들어 키워드를 '인류 최강의 청부업자' 라고 설정하면, 어떻게 굉장한가를 파고 들면서 생각해봅니다. (중략) 저는 이름을 가장 먼저 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름'과 '직업'과 '닉네임'이 정해지면 그 녀석이 어떤 녀석인지 알 수 있습니다. 제로자키 히토시키, 인간실격. 마인드 렌들, 스무 명째 지옥. 이걸로 대개 OK입니다.
이 "캐릭터 만들기"는 보통 소설 작법에서 통용되는 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모더니즘 소설 작법 등에서는 보통 <의식주>와 <외모>, <욕망> 등을 고려하여 캐릭터의 위치와 외면, 내면을 정하게 된다. 캐릭터 소설 작법 등에서는 <외모>와 <배경 스토리>, <속성> 등이 관건이 된다. 그러나 니시오 이신은 철저하게 <그 인물을 둘러싼 말>에 집중하고 있다. 명명에서부터 별명까지. 외모니 배경이니 내면이니 등은 그 이후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말이야말로 캐릭터라는 극단적 등식이 성립된다.

전기물, 신전기물의 특징인 이른바 ‘뒷세계 설정놀이’, ‘뭔가 있어 보이는 능력명’ 등도 니시오 이신의 세계에서는 고도로 ‘기표화’ 되어 있다. 니시오 이신의 소설은 즉 그의 문체라고도 할 수 있고, 그 문체는 기표들이 한없이 ‘미끄러지고’, 갑자기 이상한 곳에서 ‘쇄기가 박히는’ 과정을 ‘쇼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참고로 ‘문장으로 쇼한다’는 발언은 그의 문학 오대신 중 하나인 세이료인 류스이가 원조라고 한다. 자신의 문장은 文章(=‘분쇼’)가 아닌 文-Show라고.)
- 역시 캐릭터 모에적인 측면에 나 자신은 별 관심이 없었다는 게, 독자로서 약점이라고 할까. 제로자키 히토시키는 귀여웠다. 하지만 아주 좋아하는 정도는 아니다. 살인귀 캐릭터에 약한 편이지만 헛소리 시리즈의 캐릭터는 ‘어찌 되어도 상관없다’는 감각으로 대한다.
-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것’ 도 이 시리즈의 숨은 주제로서 일관되어 있는데, 이것은 일단 지극히 기호화된 죽음이다. <플라토닉 체인>과 <데스노트>가 넘지 않은 일선 또한 헛소리 시리즈는 가볍게 넘으면서, 묘하게 윤리적인 가치를 둔다. <목조르는 로맨티스트>는 그런 특이한 ‘殺人觀’이 집약된 일종의 선언서로도 읽힌다(선언서치곤 너무 미묘하고 모호하지만). 가상에 지나지 않는 ‘세계’에서 ‘말’에 지나지 않는 인간이 서로를 죽인다. 이 불면 끝없이 날아가 버릴 듯한 미끄럽고 가벼운 구조물이 여러 독자들에게 파괴적으로 다가왔던 것은 저 살인관에 세계의 무게중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무게중심은 아무 근거도 뭣도 없는 단지 ‘무게중심이 있어야 하니까’ 에 의해 ‘요청된’ 무게중심으로 보인다 (이짱은 ‘사람을 죽인’ 미코코를 용서하지 못하고 단죄하지만 ‘살인귀’들은 방치하며, 그 자신이 어떤 의미로는 살인귀이기도 하다. ‘사람을 죽이지 말라’는 금언이 있다면 이 세계에서는 아무런 근거도 가질 수 없다). 묘하게도 이 ‘요청된 윤리’라는 것은 현실 세계의 윤리의 위상과도 겹쳐 보인다.

● [소설] 허무에의 공물
나카이 히데오
키워드 : [안티 미스터리][개죽음][거대재해][퍼즐러][밀실][알리바이][메타픽션][핏줄의 저주][이단문학][농담소설][비극][다중해결][미궁][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장미][부동명왕]

‘일본 미스터리 4대 기서’ ‘일본 전후 미스터리 3대 걸작’ ‘안티 미스터리의 명작’ 등의 타이틀을 가진 전설적 작품. 후일 아야쓰지 유키토의 <십각관의 살인>으로 시작되는 신본격 운동의 시조로서도 평가된다.
1964년 ‘토우 아키오’ 명의로 발간.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으나, 후일 오랜 시간 절판 상태였다. 매니아들 사이의 환상의 명작으로 취급받았지만, ‘<허무에의 공물>의 문고판을 만들기 위해 고단샤에 입사’한 전설적인 편집자에 의해 문고판으로 재간된 후 현재 상하권 분권 버전으로 발간되고 있다.
1954년~1955년 일본의 사회상을 배경으로 몰락한 명가 ‘히누마 가문’에서 발생하는 기괴한 연속 살인사건을 그린다.
54년 실제로 발생한 ‘호화 여객선 도야마루 호 침몰 사건’이 소설 속에서도 중요한 상징성을 갖고 등장한다. 그것은 ‘인간답지 않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개죽음’을 뜻하는 것으로서, 이후에도 히누마 가문의 여러 인간들이 화재나 실족 등으로 어이없이 죽어나간다.
[스포일러 삭제]

[스포 삭제]

[스포 삭제] 안티 미스터리란 나카이 히데오가 만든 용어로, 형식상 앤서니 버클리 콕스의 풍자적인 미스터리 <독 초콜릿 사건>이나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푸코의 진자>와도 닮아 있다. 여러 탐정들이 등장하여 다중해결적으로 전개해 나간다는 점은 <독 초콜릿>, 그 수많은 명민한(?) 추리와 현학제재를 부정하는 얼토당토않은 결론은 <장미의 이름>, 그리고 진리와 가상의 위계가 역전된다는 점에서는 <푸코의 진자>가 각각 비슷하다. (이 중에서도 읽는 감각상 가장 비슷한 것이 <푸코>다.) 좀 더 근본적인 테마로서는 이들과 방향이 다른데, ‘안티 미스터리’는 어디까지나 ‘미스터리의 틀에서 미스터리의 극한을 추구하는 것으로, 그것의 한계와 모순성을 드러낸다’는 목적을 가진다.
소지가 역설하는 <허무에의 공물>의 안티 미스터리적 주제는 미스터리 팬들(저자 또한)의 유희주의적인 태도에 대한 정면 공격이다. 그런데 이후 이것이 유희정신 충실한 신본격의 원조가 되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컬하다.
- 60년대 일본에 그로테스크, 환상성, 서양 오컬트 등에 심취한 ‘이단문학’의 부흥이 일어났다고 하는데, 이 나카이 히데오도 그 무브먼트 안에 있었을 것이다. 작가는 어릴 적부터 에도가와 란포에 심취하여 기괴환상 소설을 써 왔다고 한다.
이단문학은 전기소설의 흐름에도 영향을 주었으며, <허무에의 공물>에서도 전기적인 요소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일단 정치세계의 ‘뒷설정’이 등장하며(아이누 대학살 일화), 밀교의 부동명왕 신앙과 오컬트적인 증언들, 기묘하고 변태적인 인물설정 (애초에 첫 장면을 게이바에서 시작한다), 우주적 영역에 육박하는 말도 안 되는 ‘추리’ 등.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장미의 품종별 색채 등 여러 가지 소스에 의한 우의적 ‘빗대기’ 가 정교하게 섞여 있는 점이 대단. ‘이세계’를 헤매는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와 아름다운 문체 역시 이 작품의 매력이다.
- 2CH의 옛날 나카이 스레에서 “지금 속보로 한국의 대구에서 지하철 대참사가 일어났다는 뉴스가 나온다. <허무에의 공물>이 떠오른다”는 의견과 그에 대한 공감들을 본 적 있다. 나 자신도 대구 지하철 참사를 떠올리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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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고쿠 나츠히코나 <악마의 파트너> <부기팝> 같은 것도 있는데 일단 뒤로 미뤘음.
부기팝은 이제 과거의 인연(...) 악파는 뭔가 미묘하다. 교고쿠는 거물이긴 한데... 조금 생각을 보류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세이료인 류스이의 조커랑, 마이조 오타로의 츠쿠모쥬쿠도 베스트 오브 베스트다. 아악;;; 어떻게 된 거니 내 취향아!
더 따지면 정소환도 베스트★
태 태클은 받지 않습니다.

하는김에 보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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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교고쿠도 시리즈
● 우부메의 여름/망량의 상자
교고쿠 나츠히코
키워드 : [요괴][민속학][현학][미스터리][그로테스크][동양적][심리][요설][음양도][스타일리시][비인간성]

정통 미스터리의 규격에서 벗어나 ‘동양적’ 논리로 특유의 세계를 구축한 수작. 문체적으로는 나스 키노코와 오트슨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우부메의 여름>을 처음 읽었을 때의 그 압도적인 감각은 이제까지 어떤 책에 의한 독서체험과도 비교할 수 없다. 다른 세계로 끌려들어가는 최면적인 느낌이 최고다.
교고쿠 나츠히코 식 ‘논리’의 전제라고 하자면 <우부메의 여름>에서 등장한 ‘사람은 저마다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만 본다’는 것이 아닐까. 이것은 우리나라에선 영화 <라쇼몽>으로 유명한, 이른바 ‘중인환시’의 변형태로 보인다. 중인환시(衆人環視)란 ‘여러 사람이 둘러싸고 지켜봄’을 뜻하는 말로, 미스터리물에서는 주로 ‘광장의 살인’ ‘파티장의 살인’등의 무대로 나타나는데, 여기에 ‘저마다 엇갈리는 증언’ 이라는 요소도 중요하다. 사실로서의 현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심리가 현상을 규정한다는 발상은 그것 자체로도 심리주의적, 동양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편 이런 ‘심리적’ 발상이 주는 ‘기이함’이 쾌감이다. 일상적으로 사실주의적, 과학적 사고와 발상에 지배받는 독자들에게 있어서 이러한 역방향의 발상은 그 자체가 현기증을 불러일으키는 ‘전기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 시적 울림이 있는 정적인 문장과 공들여 세팅된 장면의 묘사가 더해 최고급의 ‘기이체험’을 약속한다. 물론 추리소설로서의 ‘퍼즐 맞추기’ 쾌감도 고급. 탐정은 ‘주술사’로, 사건의 해결은 주술적인 ‘구축의식’으로 정교하게 변환되어 있어서, 여타의 추리소설에서 해결편이 주는 쾌감이 의외성과 경이감이라면, 교고쿠도 시리즈의 쾌감은 ‘기분나쁜’ ‘역겨운’ ‘소름끼치는’ ‘파괴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망량의 상자>는 <우부메>에 비해 그 파괴력이 업그레이드된 작품이며 인체에 대한 잔혹한 조작, 인간성과 비인간성, 구역질나는 ‘행복’등 한층 현기증나는 요소로 가득하다. 인간 낸면의 광기, 지옥을 그리는 에도가와 란포/유메노 규사쿠 적인 테마는 전작에 비해 좀더 완성되어 있다고 보인다.
- 영감탐정 에노키즈 레이지로의 반칙적인 능력은 요즘 나오는 ‘이능력 탐정’ 캐릭터의 원형이 되었는지도.
- <망량의 상자> 후반부를 읽다가 기분이 나빠져서 토했다. 이런 식으로 극단적인 신체반응을 유발하는 소설은 처음이었고, 앞으로 만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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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09/07/27 21:04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09/07/27 21:06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RNarsis 2009/07/27 23:27 # 답글

    죠죠 4부를 싫어하는 중2병 환자는 없습니다.(...)

    빌어먹을 중력과 공간. 그저 평화롭게 살고 싶었을 뿐인데!
  • 오렐리아 2009/07/28 14:53 #

    지못미 킬라쨩ㅠㅠㅠㅠ
  • 행인 2009/07/28 13:51 # 삭제 답글

    저도 죠죠넷 시절에 읽었었죠..
  • 오렐리아 2009/07/28 14:55 #

    ㅇㅇ...
    원서를 다 모으는 것도 좋은데, 너무 돈이 들어서ㅠ
    정발만이 살 길입니다.
  • 밀피 2009/07/28 17:43 # 답글

    그저 평화롭게 살고 싶었을 뿐인데! (2)

    이 블로그 때문에 허무.. 가 읽고 싶어서 근질 근질합니다. 전 책에 돈 쓰는 타입이 아니라 다음 일본 갈 때 중고서점이라도 뒤져봐야겠어요.... 니시오 이신 독자로서 최신 포스팅의 비평서도 읽고 싶은데... 가격이 엄청나.. orz 아무튼 좋은 포스팅 감사합니다.
  • 오렐리아 2009/07/31 22:41 #

    우왕 밀피님이다! 읽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블로그의 존재의의는 본격 염장&뽐뿌질에 있습니다! 나...나의 뽐뿌질을 받아줘요!!
  • 해니라 2009/07/30 13:37 # 답글

    프, 플라토닉 체인!
    3인방이 모두 하악하악할 구석이 있는 작품은 오랜만이었죠. 세계관이 품고있는 사상도 매우 흥미롭고.
  • 오렐리아 2009/07/31 22:41 #

    네, 저도 플라체 정말 좋아요!
    하지만 많이 안팔렸죠(.....) 흥미롭게 디자인된 작품인데ㅠㅠ 입소문이라도 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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