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씽 8 - ![]() 코다 가쿠토 지음, pecorin 그림, 이상호 옮김/디앤씨미디어(D&C미디어) |
코다 가쿠토.
코다각트.
각군!
처음엔 이 작가 별로 아웃 오브 안중이었다. 호기심에 단장의 그림 1~2권 사다 말았다.
하지만 정신을 차려 보니 내 방엔 단장 1~7권과 미씽 1~8권이 있었다.........
미씽을 소개하는 리뷰나 위키 페이지 따위를 보면 <호러>라기보다는 <현대 판타지>라고 (작가는) 불리길 원한다는 것, 이즈미 교카적인 (에도가 와란 포가 아니라는 게 재밌다) 奇想, 어째선지 여성 독자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것 등등의 정보가 눈에 띈다.
이 작가, <단장> 후기였나 어딘가에서 <미씽>에 대해 "호러라뇨? 아닙니다. 판타지입니다. 그로테스크? 무슨 말씀을... 이 단장이야말로 그로테스크다!" 같은 느낌으로 징징거리고 있다.
확실히 판타지라고 치고 보면 판타지다. 단 광의의 <환상소설> 쪽에 가깝다. 주인공들의 일상에 <이계> 즉 비일상이 섞여드는 과정을 그린다는 점에선 (신)전기소설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판타지스러움보다는 호러, 특히 고딕 호러로 보는 게 이 이야기의 본질에 가깝지 않은가 싶다.

"호러라니! 내가...내가 호러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본격_각트의_격분.JPG
↑본격_각트의_격분.JPG
내가 그렇게 생각한 건 이 이야기가 기본적으로 <파멸>의 플롯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뭐 이게 정확한지 어쩌는지 잘 모르겠는데, "처참한 결말은 이미 정해져 있다. 우리는 속수무책 거기 휘말려들 뿐이다. 모르면 모르는 대로 개발살, 알아서 아무리 파멸을 막아보려 발버둥친들 좆ㅋ망ㅋ. 피해가는 것처럼 보여도 단지 조금 늦춰지는 정도지. 아아 무서워라 운명이여 ㄷㄷㄷ" 뭐 이런 고대 그리스 비극스런 정서가 존나 낭만적인 고딕호러 쪽에서는 익스트림하게 개량돼서 사용된다. 대표적인 게 우주적 좆ㅋ망ㅋ물인 쿠투루쨩과 그 친구들 이야기다.
고딕호러는 아니지만 공포영화에서도 이런 구조가 곧잘 보이는데, 제일 대놓고 하는 게 아마 <데스티네이션 1> 일 거다. 우리나라 영화에서도 이게 있었다. 그것도 "한국형 현대 고딕 호러"로 알려진 <소름>이다.
<미씽> 역시 속수무책 파멸형이다. 너무 결말을 정해놓고 그 과정을 그리는 데 치중하는 것처럼 보여서, 이런 타입의 플롯에 익숙치 않은 독자는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다. 반면 그 과정을 따라가며 얻는 쾌감이 각별하다.
파멸이 어떠한 방식으로 도래하는가ㅡ 이게 <미씽> 시리즈의 최대화두인데, 이것을 그리는 수단으로
정적인 장면이라는 게 또 꽤나 볼만해서 이걸 읽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이즈미 교카적인 아름다움, 일본식 고딕 에스테티카가 물씬 풍기는 절경들이다.
<이계>는 반드시 어떤 인물의 심리를 통해 발현되고, 그렇기에 독자는 그 인물의 시점을 통해 불안과 공포, 섬뜩함, 혐오감 등등의 '호러'한 감각을 갖게 된다. 그러나 인물의 심리를 배제하고 놓았을 때, 코다 가쿠토가 그리는 <이계>의 풍경은 탐미 그 자체다. 인간과 관련 없는 무심한 자연의 아름다움, 그 '압도감' 또한 고딕 호러의 중요한 요소인데, 이게 또 이즈미 교카의 작품에서 보이는 기본적인 정서이기도 하다.
에도가 와란 포적인 기이함과 이즈미 교카적인 기이함, 그 차이를 한마디로 말하라면 "인간적인가, 아닌가" 다. 란포의 경우는 철저하게 인간적인 지옥풍경, 도착심리의 역겨움을 그린다. 이즈미 교카는 인간-자연의 일종의 이원론이 많다. <외과실> 같은 러브스토리는 예외지만 <고야성> 같은 작품은 인간에 대한 자연의 능가, 거의 악마적인 신성함을 그리고 있다.
한편 압도적으로 무심한 것을 곧 아름다운 것으로 그릴 수 있는 건 생각해보면 기이한 일인데, 뭐라고 할까. 압도적으로 무심하기에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라고 해야 하나.
여하튼 <미씽>의 '아름다운 이계'는, 압도적으로 무심하며 도저히 인간과 공존도 소통도 불가능한 '무엇'이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역시나) 기이한 속성을 갖고 있는데, 바로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는 점이다.
감정 이입이 애초에 불가능한 대상에 묘한 노스텔지어를 갖게 되는 것이다.
주인공(?) 우츠메가 '카미카쿠시' 에 대해 갖는 것도 그리움이고, 아야메라는 소녀의 풍모나 그녀가 읊는 시 등도 리리컬 노스텔직하다. 아, 그러고 보면 '옛날 이야기' 라는 직접적인 그쪽 소재가 적극 활용되기도 한다.
그러니 아름다움과 그리움, 혹은 그리운 아름다움 뭐 이런 정서야말로 <미씽>을 읽게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의외로 "무섭지"는 않은 것이다. 근데 원래 고딕호러란 거 안무서워요. 일본 식으로 말하면 전기, 환상 쪽에 가깝다.
이렇게 생각하면 여자 독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유도 감이 잡힌다. 시커먼 사내자식들이 탐미가 뭔지나 알겠냐.

내가 이 시리즈에서 제일 좋아하는 건 토시야땅이다. 그런의미에서 8권 표지 간지좔좔ㅠㅠ ㅎㅇㅎㅇ토시야땅 헉헉
파멸형 이야기이고, 이렇다 할 액션도 없는 데다가, 독자들도 아 얘넨 안될거야 아마 하는 심정에서 읽게 되기 때문에 아마 등장인물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게 쉽지 않을 거 같다.
이 이야기에서 어떤 인물이 가장 독자와 '가깝게' 있을까 생각해 봤는데, 일단 우츠메는 아니고. 아야메도 곤란하다. 아키는 미묘하고, 나머지 강아지 두마리는 의외로 안 가깝다.
내 생각에는 토시야와 요미코 아닐까 싶다.
독자 입장에서 이 플롯은 어쩌면 토시야와 요미코의 대립구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드는 게, 파멸의 시나리오로서 <미씽>을 놓고 봤을 때 일단 요미코는 적극적으로 파멸을 가져오는 자이자, 소통 불가능한 <이계>가 인간화된 모습 그 자체다.
그리고 토시야는 <다가올 파국을 어떻게든 막고 싶은데 도저히 어떻게도 안 되는> 안습함이 그대로 캐릭터화해 버린 인물이다. 손 놓고 이야기를 따라가야 하는 독자의 입장과 토시야의 입장은 정확히 일치한다. 이게 드러나는 게 7권 맞거울 이야기였는데, 그때도 요미코와 토시야의 대결구도였다. 요미코는 '어떻게든 해 보려고' 발버둥치는 토시야에게 냉혹하게 "너는 그냥 관객일 뿐"이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앞으로 토시야가 달리 변모할지도 모르지만, 뭐 8권까지 봤을 땐 그렇다.
그래서 좋다. 무라카미 토시야.
.........아니 사실 조형과 일러스트에 끌렸습니다. 이런 체육계간지에 과묵, 번견기질이지만 앳된 소년☆이라니 이 형님은 너의 등짝을 할짝댈수밖에 없습니다.
아니 근데...
분명 미씽 8권 리뷰를 하려고 한 것 같은데, 미씽 시리즈 전체 리뷰를 해버렸다.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덧글
碧 2009/07/08 16:43 # 답글
전체리뷰라도 잘 읽었으니 (그것도 꽤 공감하면서) 괜찮습니다. 여성독자가 많다는 말에 왠지 안심하게 되는군요... Aurelia Aurita님 글을 읽고 나니 탐미적이라는 말이 맞는 듯.덧붙여 가쿠토란 이름에서 각트를 생각한 것은 저뿐만이 아니었군요;ㅅ; 이것도 기뻤습니다..^^;;;
Aurelia Aurita 2009/07/09 16:06 #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전 왠지 코다 가쿠토 이름 볼때마다 가수 각트의 얼굴이 떠올라서(...) 기분이 묘해져요;
kurame 2009/07/08 23:56 # 답글
토시야 헉헉... 분명 초반까지는 강아지 두 마리쪽에 감정이입을 했었던거 같은데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얘내가 갈수록 찌질(...)해져서. 근데 토시야때매 아키의 존재감이 희미해지는거 같아요. 그건 좀 슬플지도...근데 탐미가 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는 심정. 제가 남자라서일까요(...) 아니 그런데 전 어째서 미씽을 읽는걸까요 으음.
Aurelia Aurita 2009/07/09 16:11 #
그러고보면 왠지ㅋ 토시야와 아키는 사랑의 라이벌이군요(...). 죄 많은 남자 우츠메 쿄이치(.....)음, 탐미적이라고 해도 진짜 본격적인 건 아니고..... 역시나 라노베 보정(...)이 들어가기 때문에 원래 그쪽 취향 없는 사람은 캐치하기 어렵고 그냥 아웃 오브 안중인 것도 당연해요.
미씽이 재밌는 게 여러 가지 관점에서 읽을 수 있다는 건데, 이 포스트에선 고딕호러탐미 헉헉 하면서 다뤘지만 전기환상이나 환타지, 학원 미스터리, 기담, 이런 걸로도 접근할 수 있어요. 딱히 탐미적으로 읽지 않아도 되빈다... 제경운 미스터리로도 읽었어요. 미스터리물이 시리즈로 나오면 중독성 작살나서 계속 읽게 되는 것도 당연하다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