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겠나, 텐도 군? 우리들의 세계에 『더 히누마 머더』가 존재한다는 것, 그 자체가 기적이야. 저 『더 히누마 머더』를 쓴다는 건 도무지 사람의 업적이라 할 수 없어. 인간이 쓴 것이 아니라면, 천사의 작품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
『더 히누마 머더』의 저자는 천사인 거야. 천상의 황금 한줌을 쥐고 이 지상에 떨어져 내린 천사가, 어쩌다가 토우 아키오라는 이름으로 불렸지. 기적의 작품 『더 히누마 머더』 는, 천사에게 지상의 이름으로 선택된 토우 아키오라는 특권적인 이름과 분리하기는 절대로 불가능해."
<천계의 그릇> 이야기.
매지컬★나카이 선생이 <허무> 를 발표할 때 썼던 필명인 토우 아키오에 대한 업계 비화인지 날조인지 모를 대목이 나온다.
소설 속 "나카이 전집" 의 장정가가 더 히누마 머더(<허무에의 공물>의 가사이 뇌내망상판-_-;) 를 나카이 명의로 발표하는 데 극렬 반대하며 인용문과 같은 기괴한 주장을 펴는 것이다.
실제로 <허무에의 공물>은 전체 매지컬★나카이 선생 작품들 사이에서 상당히 이채를 띠고 있다ㅡ고 할까, 스케일과 압도적 박력과 유현미에서 추종을 불허하는 존재감을 갖고 있다고 한다. 매지컬★나카이 선생은 <허무>이후 이렇다 할 장편을 발표한 적은 없도 전집에 실린 소설 작품은 모두 단편 내지 연작단편집이다.
소설 속 추리소설가들과 편집자 등 업계인들은 나카이 선생의 단편들을 "잘 세공된 작은 보석들" 이라 칭하며 아끼는 한편 "더 히누마 머더 (허무) 와는 비교거리도 되지 않는 소품들" 이라는 냉정한 평가를 내린다. 심지어 "그 작은 보석들을 갖고 놀던 나카이 선생이 정말로 더 히누마 머더와 같은 기적같은 대작을 썼단 말인가" 하고 의심하기까지 한다.
여기서 발전된 착상이 이 <천계의 그릇>의 전제인 "나카이 히데오와 토우 아키오가 사실은 별개의 사람이었다면?" 이라는 가정이다. 즉, <허무에의 공물>이 나카이 히데오의 작품이 아니라면. 나카이 히데오가 다른 사람의 작품을 도작한 거라면...
가사이 아저씨 자신이 투영된 듯한 소설 속 인물 무나카타 후유키는 "나는 더 히누마 머더라는 작품을 경외할 뿐, 텐도처럼 작가 나카이 선생의 빠돌이는 아니다" 란 식으로 츤츤대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실제 가사이가 나카이에 대해 언급한 아티클 같은 것을 찾아보면 꽤 데레데레하며 지냈던 것 같기도 한데... 여튼 <천계>만을 보면 때 가사이가ㅡ그리고 이 작품에 감응했을 매니아 및 작가들이ㅡ 나카이 히데오라는 전설적인 인물에 대해 가졌을 외경심과 비판의식의 복잡함을 짐작할 수 있다.
<천계의 그릇>의 주제는 작가와 작품의 관계다. ...요즘 들면 좀 올드패션인 감도 없잖아 있지만, 이른바 저자의 죽음이라는 대주제의 변주형이랄까. "지고의 작품에 있어서 저자란 무엇인가?" "작가란 단지 하늘의 계시를 담는 조야한 그릇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어떤 작품의 독자는 그 저자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 걸까.
가사이 기요시의 경우는 "고도의 빠와 까의 일체형" 이다. 도대체 천상으로 추앙하는 건지 땅바닥으로 내동댕이치는지 모를 태도다.
재미있는 건 그 태도에는 작가에 대한 일말의 신뢰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의 진정성이나 내적 욕망, 열망. 작의. 작가적 신념. 그런 것들은 "조야한 그릇에 불과하다"는 차가운 언사에 부딪치면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남는 것은 비인간적인, 무서운 "우연"이다. 그 우연이 깃든 자동인형이야말로 작가다.
그렇다면 독자는 도대체 작가의 무엇과 소통하면 좋을까.
라이트노벨스러운 독자라면 아마도 "작가 모에"로 무언가 시도할지도 모르지만, 그건 도무지 소통이라 볼 수 없다. 독자의 뇌내망상에서 짜맞춰진 기호조합에 불과하다.
태그 : 허무에의공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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