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 리쿠 간담회 후기 +ㅅ+)乃 책덕질

 17일 일요일에 있었던 온다 리쿠와의 본격 질의응답회(ㅋㅋ) 다녀온 후기.
 사진 그런 거 없습니다(...) 찍으려고 했는데 수준 낮은 폰카 화질에 그저 좌절만.
 원래 <온다 리쿠와 한국 편집자들과의 대담> 이라는 컨셉이었던 것 같은데, 어디가 대담인지 알려주세요라는 느낌이었다. 북폴리오 편집자의 진행으로 한국 출판사 편집자들, 언론 기자, 일반 독자 순서로 질의를 받고 온다 여사가 답변하는 식으로 이루어음.
 나님의 손글씨로 질의응답을 열심히 베껴적긴 했는데, 그걸 다 올리기엔 좀 압박. 결코 절대량이 많아서가 아니라 정리하기가 좀;; 찾아보면 지금쯤 인터넷 기사 같은 걸로 떠 있지 않을까 싶다.
 일단 인상적이었던 것은 역시 온다 여사의 용안, 그리고 목소리.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체구가 작으시고, 전체적인 인상은 "아줌마" ㅋㅋㅋ 그것도 느긋한 타입이 아니라 좀 호들갑스러운 타입. 뭐랄까…, 소설 읽으면서 "현실감각 있으면서도 어딘가 느긋한 아줌마 같은 타입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는데, 반 정도 맞았다고 할까.
 놀라웠던 건 여사의 목소리 톤과 빠르기! 허스키하면서도 불안정하게 톤이 높고, 엄청 다다다다다다다다 말씀하신다ㅋㅋ 청해하기 힘들었어요ㅋ 그렇게 빨리 말씀하시는 줄 몰랐다. 어떤 의미론 상상 초월!

 질문들은 여사의 작품세계에 대한 것이 많았다. 여사가 가장 애착을 갖는 작품은 데뷔작 장편인 <여섯번째 사요코>. 전학이 잦았던 교교시절, 학교라는 "장소"에 품었던 어딘가 신비스런 감상이 반영되어 있다고 한다. <사요코>를 쓸 당시 무지무지 노력해서 지금 돌이켜 보면 신기할 정도라고.
 여사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여행"의 모티프는, 여사가 실제로 여행 다니길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여사에게 있어 여행이란 곧 "책을 읽는 것과 같다". 처음과 끝이라는 일방적 시간의 흐름과 완결성이 있다는 점. 여행하며 보고 듣는 여러 가지가 작품의 동기나 영감이 된다고 한다. 물론 여사의 집필에 있어 최대의 소스는 다른 사람들의 책이라고 시인하셨음ㅋㅋ
 <어제의 세계>가 어째서 여사 문학세계의 집대성이 되는가에 대한 질문엔 한마디로 "내가 지금까지 해 옸던 것들의 총집합체" 라고 대답. 미스터리, 판타지, 에스에프 등 모든 것이 혼종되어 있고, 결말 또한 "나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고. 흐음… 나오키상 놓친 거 좀 서운하셨을지도 모르겠다.

 편집자와 기자 순서가 끝난 후 독자에게로 마이크가 넘어왔는데, 나님은 운좋게도+ㅂ+)/ 진행자 쪽 의자에 앉아 있어서 첫 번째로 질문을 할 수 있었다. 사실 독자 질문 타임이 있을 거란 생각을 못해서 텅~빈 상태로 왔었는데, 우왕좌왕 자리 준비할 때 북폴리오쪽 사람들이 <어제의 세계>를 박스로 막 가져와서 늘어놓는 걸 보고 "앗! 혹시 저거 참여객들한테 주는 건가! 다 주는 건 아닐 테고, 질문 같은 거 한 사람만 받는 거 아닐까?! (/ +ㅂ+)/ 나 받을래받을래" 이렇게 머리가 핑핑 돌아가서 그때부터 질문거리를 막 짜냈음.
 그때 진짜 순간적으로 스쳐지나간 게 "온다 여사에게 나카이 히데오 관련한 발언을 이끌어내자!" 였다(....). 셀프미션이라고 할까. 사실 사인회에 가려고 꿈만 부풀어올랐을 때 반진심으로 허무에의 공물을 가져가서 사인을 받아 볼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반은 농담이었지만. 온다 여사가 나카이 히데오를 좋아한다는 선지식이 있었기에 가능한 만행이었지-_-; 어쨌든 셀프미션★발동해서 마구마구 말을 짜맞췄음. 그래서 결국 나온 질문이,

 “선생님 작품 중 몇몇이 미궁, 다중해결, 열린 결말 등의 미스터리로서는 상당히 복잡한 구조를 취하고 있는데, 그건 안티 미스터리의 영향입니까? 아니라면 어째서 그런 취향을 작품 속에 반영하게 되었는지요?”

 였다.
 물론 저렇게 말끔하게 말 못하고 막 버벅거리고… 사실 그 자리에서 내가 제일 어버버거렸던 것 같아. 다들 너무너무 말을 매끄럽게 잘 해서 나님은 막 주눅들고… 사실 그때 나 혼자서 얼굴 벌개져서 막 부채질하고 그러고 있었다. 무려 시작하기 전부터 가슴이 쿵쾅거리고 얼굴에 홧홧 피가 올라서 혼났음. 아, 진짜 무슨 펜팔로만 접하면서 동경해 온 첫사랑 남자와 처음 대면하는 소녀의 심정이었어ㅋㅋㅋㅋ 여튼여튼.

 “안티 미스터리, 물론 좋아합니다. 그러나 그것만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옛날에는 저도 딱딱 시원하게 맞물리고 결말이 확실한 종류의 소설이 좋았는데, 그러다가 그런 종류가 재미없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꼭 그러지 않아도 재미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어서, 복잡하고 결말이 확실하지 않은 이야기를 쓰게 된 거죠. 또한 그런 식으로 여백을 둠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재미란 무엇인가’ 를 다시 생각하게 했으면 하는 의도 또한 있었습니다.”

 +ㅂ+ 이런 답변을 받았다! 물론 정확히 저대로 말씀하신 건 아니지만 요지는 그랬다. 아아ㅠㅠ 감격! 진짜 귀중한 답변이었어. 온다 여사의 저 취향의 연유는 처음 접하는 거니까 더더욱. 뭐 뒤져보면 그간 발표된 후기나 대담이나 에세이 등에 비슷한 이야기가 실려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여하튼 엄청 기뻤다. 비록 진행자에게 "처음부터 매니악한 질문을 하시는군요" 라는 말을 들었지만(...).
 근데 진짜 기뻤던 건 그 다음! 다른 독자들의 질문에 대해 여사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진실의 다면성이나 열린결말 같은 걸 쓰는 이유는, 한마디로 현재 제 취향이 그렇기 때문입니다. 질리면 확실히 틀이 잡힌 걸 쓸지도 모르죠.”
 “좋아하는 미스터리 작가는, 요즘은 히가시노 게이고입니다. 그리고 옛날에는 나카이 히데오를 좋아했습니다. 아까도 말씀하셨던 안티 미스터리죠.”

 …나왔어!!!!!ㅠㅠㅠㅠㅠㅠ 나 진짜 저 이름이 나오는 순간 "꺅 나왔어!" 라고 소리질렀음. 물론 소심하게 작게(…). 아 한국 편집자들 뭐하나요 허무에의 공물 번역 안하고ㅠㅠㅠㅠ 표지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 ㅡ온다 리쿠> 라고 띠지라도 둘러 주시면 많이 낚일 거라능ㅠㅠㅠ그렇다능ㅠㅠㅠㅠㅠㅠ

 근데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하는구나. 작년인가 재작년에 나왔던 인터뷰에도 비슷한 발언을 했던 것 같다. 여사 본인과 완전 다른 타입이라 끌리는 걸까? 어쩌면 여사도 히가시노 스타일의 인텔리전트 미스터리를 쓰게 될지도 모르겠다.
 질의응답을 하며 느낀 건, 온다 리쿠라는 작가가 엄청나게 나이브한 마인드로 소설을 쓴다는 것. 이 사람의 작의는 한마디로 "재미있으면 끝" 이다. “내가 재밌다고 느꼈던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도 들려주기 위해” 소설을 쓴다는 대답에 온다 리쿠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고 느꼈다. 그게 무서울 정도로 일관되어 있다. 무슨 질문을 해도 <재미있는 이야기(소설, 책)>으로 통한다. 심지어 상관 없어 보이는 <여행>에 관한 질문을 해도 말이다.
 자신의 작품세계에 딱히 미스터리/호러/에스에프 등의 장르 구별의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지만, 역시 여러가지 장르 변종 내지 장르 자체의 정신을 계승하고 체화하고 있는 거라고, 이번 만남으로 확신할 수 있었다. 특히 장르 구별에 대해 “원래 장르 구별은 출판사에서 책을 좀더 쉽게 팔기 위한(즉 독자 공략을 쉽게 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일 뿐 본질은 아니며, 현재 일본의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는 장르 구별이 무너져서 여러가지가 혼종 융합되고 있다” 는 발언이 시사하는 바가 많다.
 그런데 "딱히 안티 미스터리의 영향은 아님" 이라니, 거짓말! 확실히 영향받았잖아요 선생님, 실토하세요!ㅋㅋㅋㅋㅋㅋ 저 소설 속 다중공간이라거나 흐지부지한 결말, 좀더 코어하게 미스터리에 대한 작가적인 마인드라거나 세계관 같은 건 어떤 식으로든 침투받았을 텐데. 아 이러다가 작가론 논문이라도 찾아 읽게 될까봐 두려워ㅋㅋㅋ

 아참. 그래서 <어제의 세계>는 받았느냐. 물론 받았을 리가 없음-_-;; 그냥 디스플레이용이었다. 파닥파닥;
 결국 북폴리오 부스 가서 <어제> 사고 이 빠진 한국어판 몇 권이랑 원래 사인회 같이 가려고 했다가 나 때문에 무참히 펑크나서 못 온 ㅇㅅㅇ쨩에의 공물로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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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 영향받기도 했지만" 이라고 되어 있음. 내가 잘못 들은 건가. 나한테는 "꼭 그거에만 영향받은 게 아님" 이라고 메모되어 있다. 아니 둘이 같은 건가-_-;;;; 온다 리쿠 간담회 후기 +ㅅ+)乃 나님쨩의 혼돈에카오스 후기(...) 근데 난 온다의 팬이냐 나카이의 팬이냐(...). 여하튼. 온다리쿠 사랑합니다. 결혼해 주세요. 이것이 진심. ... more

덧글

  • 키안 2009/05/22 16:14 # 답글

    유익한 대담이었군요 ;ㅅ; 그 시간에 저는 아마도 집에서 쿨쿨 자고 있었(...)
    확실히 온 선생님 작품만큼 장르를 구분잡기 힘든 소설도 없지요.

    그나저나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하신다는 건 엄청 의외네요. 역시 사람은 정반대의 타입에 끌리는 걸까요 ㅎㅎ
  • 오렐리아 2009/05/22 19:11 #

    전화위복이 된 것 같아요. 사인회를 놓쳐서 대신 간담회라도, 라는 마음으로 간 거였는데-ㅂ-

    저도 "어?! 왜 히가시노 게이고?!" 라는 기분이었어요. 음, 한편 히가시노 게이고 같은 소설을 쓰는 온다 여사... 란 건 좀 싫군요;; 나의 온다선생은 그러치 않아... 란 느낌이라서요(...)

    그런데 찾아보니까 <나사의 회전> 이라는 장편은 온다 여사가 원래 쓰는 작법과는 달리 쓰였고, 그 소설을 쓴 후 녹다운 상태가 되어서 "히가시노 게이고 같은 작가는 작품을 낼 때마다 색다른 소재와 취재를 바탕으로 쓰지만, 나로서는 도저히 못 따라가겠다" 비슷한 발언을 했다더군요. 아마 문고판 후기였던가... 나사의 회전을 한번 감상해보고 싶어요. 딱히 히가시노 스타일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색다른 작법이랄까, 그런 것을 취했을 때의 온다 여사도 경험해 보고 싶습니다!

  • kurame 2009/05/24 12:38 # 답글

    '펜팔로만 접하면서 동경해 온 첫사랑 남자와 처음 대면하는 소녀의 심정' 이라니 이 묘사 너무 적나라해서 보기만해도 손발이 다 오그라드네요. 덜덜...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하시다니 저도 엄청 의외; 재미있으셨겠어요ㅠ
  • 오렐리아 2009/05/24 18:46 #

    으하하하하하; 나님은 소녀니까요(...)
    근데 정작 히가시노게이는 온다 여사 책 잘 안 읽을 것 같지 말입니다;;
  • 2009/05/27 15:09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오렐리아 2009/05/28 14:24 #

    와아! 안녕하세요. 저도 반가워요!

    아 그때 그 분, 하고 저도 생각나네요+ㅂ+)/ 저도 알라딘이나 네이버에서 비공개님 리뷰 읽으면서 감탄하곤 했어요. 요즘엔 <나비> 리뷰 쓸 때 언급해도 될까 생각하고 있기도 했고. 찾아주셔서 감사해요♪ 그 질문은 하고 나서 너무 오타쿠 같았나;; 하고 신경쓰였는데 역시 하길 잘한 것 같네요.

    저도 자리가 생각보다 전문성(?)이 옅어서 좀 아쉬웠는데, 그래도 즐거웠어요. 온다여사에 대한 인상이나 히가시노가 좋다 발언에 대한 감상도 다들 비슷한 것 같군요. 하하;

    네네 앞으로도 종종 와 주세요.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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