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누마 소지가 우월한 증거 └번역/인용/애정

   <허무에의 공물>의 진정한 주인공 겸 히로인(...) 히누마 소지.
   소설의 배경이 1954년 말~1955년 초인데, 저 54년 쯤 일본에서 실제 일어났던 <도야마루 호 전복 사건> (일본판 타이타닉 쯤 되는듯) 으로 부모인 히누마 시지로 부처, 선대 3남인 킨자부로 숙부 부처를 잃고 동생 코지와 킨자부로의 외동아들 아이지, 숙부 토지로와 동거하고 있다.
   이 사람은 호모 투성이인 <허무> 세계에서 결코 호모는 아니지만(자기 입으로 부정), 어째선지 대부분의 남성진으로부터 사랑을 한몸에 받는다. 게다가 멀쩡하게 약혼녀 있던 남자까지 채가 버리니 이 마성을 어찌할꼬.
   나님도 이 죄많은 중이병 캐백수 탓에 한 십백천년만에 <소설 속 남자를 좋아한다는 것>을 가슴 뜨겁고 뼈가 저릿저릿하도록 진감하는 중이다.
   옛날옛적 한옛날에 내가 카카오 99퍼센트짜리 초코딩이던 시절, 뭐 스따브로긴이라거나 사오토메 마사미 같은 진상 중이병 좟쩌는 쿨게이들을 좋아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 히누마 소지를 좋아하는 것은 왠지 그때적과는 다른 감정인 것도 같고.
   진짜 부끄러운 말이지만 히누마 소지에게라면 소녀의 첫사랑을 주고 싶다는 기분이다.

   여하튼 게이바 '아라비크'에 들락거리는 미츠다 아리오라는 인물이 본 히누마 소지는:

    피부에 스밀 듯이 푸른 사쓰마가스리 앞섶으로부터 청결한 흰 셔츠가 엿보이는, 메이지 시대 서생 같은 용모도, 맑은 호수를 연상케 하는 그윽한 눈동자의 인상도, 육년 전과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부친에 대한 마음이 지극했던 듯, 도야마루 호 사건 이후 심한 쇼크에 빠져서, 많은 유족들이 그렇듯 밤의 모래사장에 주저앉아 컴컴한 바다를 향하고는 언제까지나 꿈쩍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후 한달간은 자살하지나 않을까 걱정을 살 정도로 가라앉아 있었으나, 이제 정신이 든 것이리라. 설화석고 안에서 등불을 켠다는 형용 그대로, 뺨에는 희미한 홍조가 돌고 있다.
    바로 전까지 대학원에 적을 두고 있었으며, 전공은 응용수학ㅡ정식 명칭은 공학부 응용물리과 수리공학 코스라는 과로, 프로시오리의 모순을 추구했다는 이야기를 듣자니, 작년 봄부터 사회인 생활에 들어간 아리오와는 사뭇 다른 별의 주민으로 끝날 터라, 다시 만나게 된 것이 인연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같은 중학교를 다녔다고 해도 당시는 전쟁중 학생들이 노동력으로 동원되던 시대였으니, 한 학년 아래에 그런 생도가 있었나 없었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전후 구제고교, 그것도 교사가 타버린 탓에 코마바의 제일고등학교와 동거하게 되거나 미타카에 가교사를 세우거나 했던 Tㅡ고교에서, 처음으로 얼굴을 알았을 때의 감미로운 유혹과도 닮은 느낌만은 잊을 수 없다. 식량사정이 악화되어 휴교가 잦았던 시기였으나 아리오는 언제나 이 최면술사처럼 어딘가 신비적인 얼굴을, 멀리서 지켜보며 지내고 있었던 것이다. ……

    언제나처럼 피부에 스밀 정도로 아름다운 광택이 도는 남색 사쓰마가스리를 입은 소지는 안심한 듯 이층의 자기 방으로 맞아들였다.

    (아리오는) 눈에 띄게 눈 밑이 거뭇한 소지의 초췌한 표정을 보고 있으면, 무엇보다도 달래 줘야 한다는 기분이 되었다.

    두 사람은 살짝 머리맡에 앉았다. 최면술사 같은, 신비한 그늘이 깃들었던 용모도 지금은 야위어서 창백한 얼굴에 뾰족한 콧마루가 안쓰럽다. 입술만이 이상하게 육감적이라 요염하게 빛나고 있다. 그리고 조용히 숨소리를 올리며 소지는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 칠흑의 속눈썹 그늘에 똑똑히 눈물을 머금고, 그것은 조용한 입자가 되어 볼을 타고 흘러내리려 하고 있었다……. 세는 나이로 스물 일곱인 이 청년은 어린아이처럼 잠자며 울고 있었던 것이다.

    소지는 쑥쓰러운 듯이 말했다. 오늘은 드물게 얼굴도 밝고 , 아까 포도주를 조금 마신 탓인지 볼에 홍조도 띄우고 있다.
    뜨거운 커피 컵에 입을 대며 아리오는 오랫동안, 이 아름다운 친구의 옆얼굴을 복잡한 기분으로 바라보았다.


   라는 식으로 탐미간지 좔좔 흐르고, 소지의 먼 인척이자 어릴 적부터 알던 사이인 무레타 토시오 (약혼녀 있음) 라는 인물은

    “내게 있어서 소지 군은 항상 불가사의한 유혹을 느끼게 하는 존재였어. 특히 청년기에 들어 너무나도 수재다운, 창백한 이마가 빛나는 듯이 되었을 무렵부터는, 어떻게 해서든 그를 내가 마련한 운명대로 걷게 해보고 싶었어. 그러다가 결국 절벽 위에서 밀어 떨어뜨리는 셈이 되었지…….”


  라고 대놓고 커밍아웃을 하고 약혼녀 냅두고 소지와 단둘이 프랑스로 떠나버린다.
   물론 <허무에의 공물> 이 무슨 야오이소설인 건 결코 아니다. 워낙 팬들에게 진지한 사랑을 받는 작품이라, 어디 가서 이런 식으로 캐릭터 모에 따윌 하고 있으면 빈축이나 사기 십상이다. 그러나 그런 한편 저 문장들에서 풍기는 미묘한 색기(...)랄지 미청년에 대한 은근한 취미 같은 것은 팬들도 다들 인정하는 것 같다.
   뭐니뭐니해도 나카이 히데오는 미시마 유키오와도 친한 탐미파 순문학 작가였고, 무려 <아도니스> 라는 수상쩍기 짝이 없는 동인지에서 활동을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동성애에 대한 기호도 알려져 있어서 니찬넬 스레 같은 데 들어가 보면, 생전의 나카이 히데오와 직접 만나 슬쩍 신체 접촉이나 유혹을 당했다는 남자 독자들의 증언이 보이기도 한다.
   .....라는 정말 별 쓸데도 없는 잡네타를 늘어놓고 말았다.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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