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중작『倒立する塔の殺人』4 └번역/인용/애정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보였다. 어떻게 얼버무릴까. 일순 그는 호통을 칠 뻔했다. “뭘 멀뚱멀뚱 보고 있는 거냐!”
  그대신 그는 얼빠진 미소를 상대에게 보이고 말았다.
  미나모는 미소띤 채 목례하고 자리를 뜨려 했다.
  “기다려!” 그는 무심코 소리치고, “기다려 줘”라고 부드러운 어조로 다시 말했다.
  “묻고 싶은 게 있다.”
  그는 벤치에 허리를 걸치고 옆에 앉도록 권했다.
  사이에 한 사람이 충분히 앉을 정도의 간격을 두고 미나모는 벤치에 앉았다. 주름이 많은 서지 스커트가 풍성하게 펼쳐졌다. 등줄기를 쭉 펴고 양 손을 단정히 모아 무릎 위에 조신하게 놓았다. 왼손 위에 오른손을 포갠 자세는 인형보다도 경직되어 있다. 그는 눈치챘다. 미나모의 왼손 새끼와 약지는 약간 일그러져 있다. 뼈가 휜 채 굳은 것 같다. 오른손으로 왼손을 가리는 것이 무의식중에 습관이 된 것일까. 아니, 교실에서 의자에 앉은 여생도들도 품해 방정하게 자세를 바로할 때는 양 손을 무릎 위에서 포갠다. 이 나라의 일반적인 풍습인 것이다.
  “기이에 대해서다. 로스탕 선생이 살해당했다고 말했었지.”
  “아뇨, 생도들 사이에 그런 소문이 돌고 있다고 말씀드린 것뿐입니다.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감정 없는 목소리로 미나모는 말했다.
  “아니, 자네는 무언가 알고 있어.”
  슬쩍 떠본 것뿐인데, “네” 하고 미나모가 선뜻 긍정하는 바람에 그는 당황했다.
  “뭘 알고 있지?” 그는 다그쳤다. “기이의 죽음에 대해.”
  “로스탕 선생님의 사망에 대해서 저는 공표된 것밖에 모릅니다.”
  “자네는 젤소미나를 알고 있지 않나?”
  그가 그렇게 말하자 미나모의 표정이 일순 움직였다. 움직였다고 그는 느꼈다. 그러나 “이탈리아 여성의 이름이다” 라고 그가 덧붙였을 때는 원래의 무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 희미하게 미소한 것도 같았다.
  “모릅니다.”
  “그럼 자네는 무엇을 알고 있지?”
  “로스탕 선생님은 무서운 벌을 내리십니다.” 내리셨습니다, 라고 미나모는 과거형으로 고쳐 말했다.
  채찍질을 했나 하고 그는 생각했다. 모국에서는 소학교에서도 리세에서도 교사가 채찍을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가 다니던 리세는 남생도 뿐이었지만 소학교에서는 여생도도 시종 손가락을 정규적으로 맞는 벌을 받았다. 어린이를 훈육하는 것은 개를 훈육하는 것과 같다. 힘으로 눌러서 교사에게 대들지 않도록 육체에까지 물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 학교에서는 그가 아는 한 채찍이 필요 없다. 짜증날 정도로 순종적인 생도들.
  기이는 이 어린양의 무리를 무슨 이유로 채찍질했을까.
  “지각하거나 숙제를 잊은 자가 벌받는 건 당연해.”
  “네” 라고 말하고 미나모는 입을 다물었다.
  “자네가 아는 건 그것 뿐인가?”
  “네.”
  “탑과 관을 수복하는 동안 로스탕 선생은 어디에서 살고 있었지?
  “교사관의 무사한 쪽, B호입니다. 비어있었으니까요.”
  “A에 둔 가재들은 낙뢰 때문에 못 쓰게 됐고?”
  “네.”
  “그쪽이 무사했기에 기이는 거길 썼다고?”
  “네.”
  그는 가벼운 의문을 느꼈다.
  “수복 후에도 A에 돌아가지 않고 B에 살 수도 있었을 텐데. 기이는 왜 일부러 번거롭게 가구를 A로 옮겨 이사했을까? 필요 없는 일이었을 텐데. 학원 쪽에서 꼭 A에서 지내야 된다고 지도라도 내렸나?”
  “로스탕 선생님의 희망이라고 들었습니다.”
  “수복이 완성될 때까지 얼마나 걸렸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수일 정도라고 알고 있습니다.”
  붕괴한 A 쪽에 각별한 애착을 가질 이유라도 있었을까. 노트에 의하면 낙뢰는 착임 후 며칠 후에 일어났다. 거처에 각별한 애정 따위 들 리가 없다. 오히려 며칠이라도 머물렀던 B쪽에 정이 들지 않을까.
  그런데도 B에서 지내지 못할 모종의 이유가 있었던 걸까.
  “B호는 살기 불편한가? 좁다거나…….”
  “좌우가 반대일 뿐 거의 비슷한 넓이입니다. 자잘한 데까지 비교한 적은 없으니 정확히는 모릅니다.”
  수복된 쪽이 새로우니 지내기 쾌적하다. 그런 이유일까.
  “B의 내부를 볼 수 있을까?”
  왜? 라고 묻는 것이 당연하지만 미나모는 이유를 묻지 않고 “잠겨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말했을 뿐이었다.
  “열쇠는 누가 보관하지?”
  “사무실에서요.”
  “빌려 와 주지 않겠어?”
  “안에 들어가고 싶으십니까.”
  “그래. 열쇠를 빌리려면 귀찮은 수속을 밟아야 하나?”
  미나모는 다시 미소했다.
  “B호실의 열쇠라면 제가 갖고 있습니다.”
  “사무실에 있다면서…….”
  “그럼” 이라고 말했으므로 그는 열쇠를 넘겨주리라고 생각했으나, 미나모가 다음으로 취한 행동은 먼저 일어나 돌계단으로 오르는 일이었다. 그는 뒤를 따랐다.
  교사관 B호의 현관 앞에 서서 미나는 스커트 포켓에서 작은 동전지갑 같은 것을 꺼냈다.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
  창문 모두 미늘창을 닫아 실내가 어두웠다. 미나모는 전등을 켰다. 갓 없는 알전구였다.
  B호실 내부는 삭막했다. 커튼이 걷혀 있고 벽과 융단에 가구 흔적만 남아 있었다. 이층 침실에도 침대 다리의 흔적이 융단에 움푹 패여 있었다. 때때로 창을 열어 바람을 쐬고 있는지 곰팡내는 나지 않았다. 거실의 벽에는 액자 하나만이 남아 있었다. 렘브란트의 ‘눈을 찔린 삼손’, 물론 복제화다.
  이 거처의 무엇이 기이를 참을 수 없게 만들었을까. 망령이라도 나오는 걸까?
  “자네는 어째서 이곳 열쇠를 갖고 있지?”
  그의 힐문에 미나모는 그 애매한 미소를 떠올렸다.
  “선생님께서 드나드시겠다면 드리겠습니다. 제게는 필요 없으니까요.”
  그의 손에 둔한 색의 열쇠가 남았다.
  “실례하겠습니다.”
  재빠른 몸놀림으로 미나모는 계단을 내려갔다.
  “사무실에 돌려주면 되나?” 침실에서 나와 거실 위에서 묻자,
  “아뇨. 여벌 열쇠니까요.” 계단참에 선 미나모가 뒤돌아보며 말했다.
  그리고 계속했다. “로스탕 선생님이 A호로 옮긴 것은, 그곳에는 도립하게 하는 방이 없기 때문입니다.”
  “뭐?”
  다그치며 계단을 내리려 하다가 그는 발을 멈추었다. 흠칫했다. 미나모의 눈에 심상치 않은 강한 빛이 있었다. 그는 기지의 감각에 휩싸였다. 미나모를 거울 속에서 봤을 때의, 기묘한 감각.
  “저는 배신당했습니다.”
  계단 아래에서 미나모가 말했다.
  “기이에게?” 그의 목소리는 조금 떨렸다.
  “아뇨. 제가 사랑한 상대에게입니다. 그래서 저는 로스탕 선생님으로 하여금 벌을 내리게 했습니다. 선생님은 저를 도립하게 했습니다. 저는 미쳐 버렸습니다.”
  우두커니 선 그에게 미나모는 다시 말했다.
  “저는 저를 배신한 상대를 미치게 만들 생각입니다.”
  겨우 그가 계단을 다 내려왔을 때는, 미나모의 모습은 이미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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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야기는 미나가와 히로코의 소설 '도립하는 탑의 살인' 속에 등장하는, 동명의 제목을 가진 소설이다.
  태평양 전쟁이 한창일 무렵 일본의 한 여학교. 미와 사에다라는 소녀가 미션 스쿨에 다니는 선배 여학생 코우즈키 리츠코로부터 '도립하는 탑의 살인'이라는 제목이 붙은 아름다운 노트를 건네받는다.
  코우즈키 리츠코는 그 노트에 쓰여진 글이 자신의 친구 나나오 교코의 불가사의한 실종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나오 교코라는 여학생은 어느날 갑자기 실종되어 버렸다.
  미와 사에다는 나나오 교코가 시다라 쿠니코라는, 역시 미션 스쿨의 후배로부터 스토킹에 가까운 연모를 받고 있었다는 것 또한 전해 듣는다. 시다라 쿠니코는 칠칠맞고 사람을 깔보는 데가 있는 아이라 어딜 가든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다.
  코우즈키 리츠코는 노트 '도립'을 시다라 쿠니코가 자기들의 숙소에 몰래 넣어두고 갔다고 말했다. 그때 노트에는 수기 하나와, 소설 '도립하는 탑의 살인' 앞부분이 쓰여져 있었다.
  코우즈키 리츠코는 그 노트에 자신의 수기와, 소설의 뒷부분을 써 둔다. 나나오 교코가 사라진 후 그녀는 미와 사에다에게 노트를 건넨다.
  그리고 후일 공습으로 불타 무너진 채플의 폐허에서 신원 미상의 시체와 함게 코우즈키 리츠코의 불탄 시체가 발견된다. 그녀가 어째서 방공호가 아닌 채플에 있었는지, 연유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미와 사에다는 노트에 자신의 수기를 쓴다. 그러나 소설의 뒷부분은 쓰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의 반 친구인 아베 킨코에게 노트를 넘긴다.
  그리고 소설과 수기의 내용에 의혹을 품은 아베 킨코는 시다라 쿠니코와 접촉하고, 나나오 교코의 실종과 코우즈키 리츠코의 비밀스런 죽음의 진상을 알게 된다. 

  소설 전체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저렇게 되지만, 독자가 읽으면서 파악하는 감각과는 좀 거리가 있다. 일단 독서는 아베 킨코의 시점에서 진행되는데, 아베 킨코는 노트 '도립'을 순서대로 읽지 않는다. 원래대로라면 시다라의 수기->리츠코->사에다 순이겠지만, 킨코는 시다라의 것을 읽은 후 사에다, 리츠코 순으로 읽는다. 따라서 독자 역시 그 순서로 노트의 내용을 읽게 된다.
  아베 킨코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노트 밖'의 차원, 세 소녀들의 시점이 교차하는 '노트 안 수기'의 차원, 그리고 수기와 함께 첨부된 수수께끼의 소설 '도립하는 탑의 살인'의 차원으로 공묘하게 엮인 이야기이다.
  각 차원이 독립적으로 완결되어 있지 않으므로, 반드시 세 가지 차원을 다 읽었을 때에만 진짜 '살인 사건'의 진상이 파악되도록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작중작 '도립'에서는 기이 로스탕이라는 프랑스인 교사의 수수께끼의 죽음이 나오고, 그것을 탐색하는 쥘 사망의 시점과, 사건과 뭔가 관계가 있을 듯한 미나모 등의 인물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 이야기를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설 밖의 나나오 교코와 코우즈키 리츠코, 시다라 쿠니코 등의 관계와 그녀들의 내면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자기완결적이라기보다는 불완전한 이야기로 다른 차원의 이야기에 기대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작중작 부분만을 번역해 놓아도, 이 이야기의 의미가 무엇이고, '살인'의 '범인' 이 누구이며 그 동기가 무엇인지 따위는 파악하기 곤란하게 되어 있다. 물론 작중작은 수기를 쓰는 소녀들에 의해 완결되지만 그 '완결편'은 현실 속의 나나오 교코 실종/사망사건의 진상에 대한 정보가 없으면 작성할 수 없는 것이었다.

  여하간 지금까지 번역한 작중작 도립은 소설 속의 첫 번째 수기 안에 나오는 것이다. 이 뒤에 이어지는 내용은 다음 타자인 코우즈키 리츠코가 작성하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소설이 어떻게 '현실'과 관련되어 있는지 모르므로, 전혀 엉뚱한 이야기를 써 버리게 된다.
  이 책을 번역하는 건 일단 여기까지 한다. 더 번역하고 싶긴 한데, 그러려면 처음부터 차근차근 해야 할 것 같다.
  
  미나가와 히로코의 문체는 마치 60년대의 유럽 영화 같은 느낌이 든다. 흑백 영화로, 꽤나 자기세계가 강하고 폐쇄적이면서 생래적으로 지적인 분위기가 있다. 조금 장황하고 흐름을 파악할 수 없다는 느낌 또한 드는데, 이것은 내가 인스턴트하고 날렵한 문장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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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라블루걸 2008/11/06 13:41 # 답글

    저도 단편 하나 번역해볼까 생각은 하고 있는데, 언제나 그렇듯이 생각만으로 자기완결해버리고 말 듯 합니다. ㅎㅎ
  • 츠쿠모쥬쿠 2008/11/07 00:10 #

    우왕;ㅁ;)/ 번역 해주세요 번역! 대자대비의 정신을!
    이...이건 나 혼자 보기 너무 아까워! 하지만 절대 번역될 일은 없을 것 같아!! 같은 단편 없나요;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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