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聖女の島』 책덕질

누르면 커져요. 본작과 상관 없이 포토로그에서 적당히 고른 그림입니다.  미나가와 히로코의 [성녀의 섬]과 [도립하는 탑의 살인](*도립:물구나무, 거꾸로 섬)을 읽었다. 도립은 교보에 니시오 이신 패거리와 함께 주문을 넣으려고 했는데 타이밍 좋게도 대인배 라블루님께서 북오프에 들어왔다는 제보를 해 주셔서 여러 수고를 덜었다. 거듭 감사합니다. 굽신굽신.
  일단, 먼저 읽은 [성녀의 섬].
  이 책에 대해 감상을 하자면 "아아!" 하고 한숨부터 쉬어야 할 것 같다.
  이 얼마나 불온하고 폐쇄적이며 절망적인 이야기인지.
  굳이 말하자면 '내 취향'의 재발견, 아니 심화 버전이라고 해야 할까. 덕분에 내 알량한 "취향"이 독서를 통해 한층 세련되어 지는 듯하다.
  처음 지레짐작한 것처럼, 폐쇄된 '섬'의 '학원'에서 살아가는 우아하고 잔혹한 여학생들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내가 '취향'으로 상정한 건 이 쪽인데 말이다.
  이 이야기는 '학원'의 관리자이자, 여학생들에게 있어서는 '적'인 원장 야노 아이코라는 여성의 이야기다.  
  '학원'은 학원물의 그것이 아니라 불량 소녀들을 교화시키기 위한 소년원으로, 수도회에 의해 한 외딴섬에 설립되었다. '여학생'들은 마리미테풍 고키겐요 오죠사마가 아니라 어리게는 아홉살부터 최연장자라 해도 열다섯 살이지만 절도에서 매춘에까지 손댄 이력이 있는 막장들이다.
  이런 아이들을 데리고, '사랑'이 넘치는 '홈'을 만들겠다며 고군분투하던 아이코 원장이지만, 학생 중 세 명이 탈출을 시도하다 익사하고, '홈'은 방화로 무너져 버린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코는 수도회의 수녀에게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요지의 편지를 보낸다. 편지를 받은 수녀가 섬에 당도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야기의 앞쪽 반은 수녀(마 스르)의 시점에서, 뒤쪽 반은 아이코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수녀와 처음 만난 아이코는 몹시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언동을 보인다. 그런데 수녀는 그런 아이코를 연민하거나 우려하기는 커녕 지극히 냉정하게 대하고, 불의의 순간에 아이코를 상처 입히는 말을 돌려주기도 한다. 게다가 '홈'의 재건을 도우려 왔다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저 아이코의 곁에 손 놓고 묵묵히 서 있을 뿐이다. 이것이 수녀 자신의 시점으로 전개되는데, 정작 수녀의 내면은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 갭이 소름끼치게 불안하다.
  그리고 후반의 아이코의 시점. 이 쪽은 처절할 정도로 절망으로 점철되어 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콤플렉스, 죄의식. "어떻게든 잘 하고 싶은데, 어떻게도 되지 않는다"는 마음. 절실히 구원을 바라는 마음. 광기. 그런 심리가 이 정도까지 농축된 이야기는 처음이다.
  그리고 이렇게 연약하고 요령 없는 여자의 필사적인 노력이 처참한 파국으로 귀결되는 잔혹한 라스트. 소용 없다는 걸 알면서도 절망적으로 구원을 원하며 "도와주세요"를 외치는 아이코.
  이런 악마적인 비극을 극도로 담담하게 라스트에 귀결시키는 이야기의 시점과 힘에 탄복한다. 내 '취향'의 더듬이가 찾던 '아름다움'은 그런 잔혹함에 있었던 것 같다.

  고단샤 노벨즈의 2단편집으로 본문만180 페이지도 채 안 되는 얇은 소설이지만, 극도로 농축된 향기와 독기는 어느 대 장편에라도 지지 않는다.
  미스터리보다는 심리 호러 분위기가 있는 환상 소설에 가깝다. 심리 서스펜스라고 해도 무방하다. 문장이 환기하는 이미지는 옛날 전위 영화의 지독하게 쓸쓸한 흑백 영상.
  분명히 말하자면 플롯의 구조 자체는 낡았고, 마 스르에 관한 진실도 지금 보면 꽤 진부하다. 88년도 작품임을 감안하고 고전 읽는 감각으로 읽었다. 나는 플롯이랄까, 트릭의 참신함 같은 것보다는 분위기, 심리의 개연성 같은 것에 구애받는 편이다. 그런 점에서는 엄청나다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마 스르는 처음에는 "고도를 기다리며"의 고도 같은 존재의 스핀오프(....엥?) 같은 게 아닐까 생각했다. 고도가 영원히 오지 않는다면 마 스르는 영원히 도움을 주지 않는, "신" 같은 존재라고. 그러나 좀 빗나간 추측이었다.
 
  "마 스르, 구해주세요."
  "구하고 있습니다."
  수도녀는 내 들릴 듯 말 듯한 중얼거림에 명료하게 대답했다.
  나는 무릎꿇고 수도녀의 오른손을 양 손으로 잡았다. 허공을 붙잡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일순 가슴을 가로질렀다. 수도녀의 손은 나무를 조각한 것처럼 딱딱하고 온기가 결여되어 있었다. 나는 그 손에 입을 맞추고 기도하듯 이마를 댔다.
  "구해주세요."
  울어 버리면 편해지겠지. 하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1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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