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미 교카 :: 외과실 책덕질


외과실
이즈미 교카 지음, 심정명 옮김 / 생각의나무
'고딕'을 모토로 삼는 '기담문학 고딕총서'의 한 권.
출판사인 [생각의 나무]는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북아트로는 우리나라 출판사들 중 세 손가락에 꼽힌다. 이 책에서도 어김없이 아름다운 장정 센스를 자랑한다. 개더가 올컬러 내지 일러스트까지! 
  이즈미 교카라는 이름을 처음 들은 건 아마 초딩때 오노 후유미의 "달 그림자 그림자 바다" 해적판을 구입했을 때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여러 매체에서 "이름만" 접하면서 어떤 작가일까 이렇게 저렇게 상상해 왔다. 대표작인 '고야성'이란 것도 물론 읽은 바 없이, 도대체 저게 뭘 뜻하는 제목인지 조낸 궁금했다. 좀 미묘한 울림 아닌가, '고야성'이라는 단어. '고/야성'으로 끊어 읽어야 하나? 한자어인 게 틀림없는데 도대체 무슨 한자를 쓸까? 높을 고에 야성미(...)의 야성인가? 그럼 높은 야성(................)? 
  상상 속에서 이즈미 교카와 고야성은 뭔가 알 수 없는 환타짓한 생물체처럼 길러지고 있었다.
  덧붙여 나는 나는 이즈미 교카가 현대 여성문인인 줄 알았다. 환상적이고 탐미적이지만 지극히 모던한 작풍이리라고 넘겨짚었던 것이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 보니 이분은 남자, 게다가 근대문학의 범주에 들어가는 작풍이었다.
  이것저것 상상의 세계에서 키워왔던 명작 '고야성'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내 생각을 뛰어넘는 이야기였다. 예의 미묘한 '고야성'이라는 이름은 다름아닌 '고야 지방에서 수도하는 승려(고야 히지리) '를 의미했고, 그 내용은 인공적인 고딕이 아니라 동양적인 괴이담이었다. 난 왜 이제껏 뭔가 육중한 파사드의 회색빛 성, 수정 샹들리에와 스테인드글라스의 공주님 같은 말리스 미제르틱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었던 걸까...
  여하간 명작 고야성이나 표제작 외과실보다 내 마음에 든 건 '눈썹 없는 혼령'이라는 작품이다. 인공미와 처연미를 갖춘 여성에 마성이 깃든다는 테마도 좋았고 이야기의 흐름, 분위기 특히 색채 이미지가 좋았다. 그리고 지빠귀 구이!! 츄릅 침이 흐를 정도로 먹음직스럽다! 주인공이 머무는 지방에 그 음식이 아직 남아있을까? 관광상품 같은 걸로 개발해놨을지도 모른다. 한번 맛보고 싶다. 아아 얼마나 맛있을까.
   문장 자체가 요염하고 인물과 자연이 일치된 듯한 낭만적인 부분도 있다. 단 내 경우는 두번째 정도 독서했을 때 제맛을 알 수 있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고어체들이 거슬려서 잘 소화가 안 됐다. 시간을 들여 익숙해져야 제맛을 아는 글투라는 것이 있는지, 이건 한번 읽고 딱 내버려둬선 안 되는 종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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